생활의 발견
밴또 까먹던 추억 한토막
조니
2009. 2. 25. 12:18
학교에 갈때 책가방사이에 쿡 쑤셔 넣고 다녔던 밴또
보통 황금색 도금으로 되어 사각형의 양은 소재의 단순한 그런 것이었다.
수세미로 자주 밀다보니 도금이 벗겨지고 약간씩 찌그러졌지만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먹었던 그 맛은 지금의 어떤 소문난 맛집의 음식보다 맛있었다.
일반적으로 싸오는 반찬이라야 뭐 김치,각종 장아찌,쥐포볶음,자반,고추찜,멸치볶음 그리고 불후의 명작 계란후라이등등 종류를 따지자면 10여가지 이내였던 것 같다.
시골학교의 반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 했던 김치,조금 여유되는 집에서 싸오던 쥐포나 멸치볶음,조금 산다는 집 아이가 싸오던 모든 아이들의 로망이었던 오뎅과 빈부의 격차를 초월하며 고단백 영양을 제공해준 고마운 계란 후라이도 생각난다.
반찬통을 열었을때 시큼한 냄새와 고추가루를 셀수 있을 정도로 빨간색이 빈약했던 어려운 집 아이의 김치...
아무도 젓가락이 가지 않던... 그래서 혼자 뚜껑으로 살짝 가리고 쓸쓸히 먹곤 하던 몇몇 친구들의 모습도 생각 난다.
젓가락 달랑 하나 들고와서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알짜 반찬만 골라먹던 얄밉지만 그의 막강한 파워에 밀려 아무소리 못하고 도시락 반찬 뚜껑을 열어 주던 비굴했던 기억까지...--;
추운 겨울이면 난로위에 층층히 쌓아 올려져 있던 밴또들, 하나같이 울퉁불퉁 못생겼지만 데워져 가는 밥과 맛있게 먹을 생각만해도 군침이 돌아 칠판은 안보고 도시락만 쳐다 보기만 했었다.
가끔 눈치빠른 선생님이
"야 밑에서 두번째 꺼 태식(가명)이 꺼지? 맨 위로 올려!"
그랬다 그 도시락의 층에도 힘의 서열이 존재했었다.
가장 밑바닥에 타기 쉬웠던 반지하 같은 층은 힘없는 아이의 것이고 바로 위층이 가장 따끈해지고 완벽한 보온성을 자랑하던 로얄층은 항상 가장 힘 센 친구의 차지였다.
지금 이글을 보고 있는 사람중에 젓가락 하나 달랑 들고 다녔던 분이나 로얄층을 독식했던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반성하시길...
얼마전에 옛생각이 나서 도시락에 담아 밥을 먹어 보았다. 양은 도시락이 아닌 조그만 플라스틱 도시락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왜 그 맛이 안나는지 모르겠다.김치와 멸치 두가지 놓고 먹었는데 괜히 목이 메이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이런 젠장..
밀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책가방 속 책에 반찬국물이 뭍던 일이 다반사였고 대부분 친구들의 책이 그랬다.
얼룩진 책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듯 열공에 매진? 하던 생각만 해도 가슴 짠~해지는 기억 한토막
이렇게 맛난 밴또 까먹을 수 있는 식당 어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