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필각필

저 자극성 고품격 미수다가 되어주길

조니 2009. 11. 17. 01:55

지난주에 방영된 미수다에서 한 여대생의 키작은 사람은 루저라는 발언으로 미수다 제작진이 전원 교체가 되고 큰 파장을 불러왔다.
평소에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루저파문으로 인해 이번회는 더욱 유심히 보게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또 하나의 문제가 보였다.

요즘 방송에서 자극적인 언어가 어느정도 일반화? 되어 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죽여버린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편집없이 그대로 방영되는 것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그 말에 담긴 의미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몇번씩이나 반복 되어지는 걸 볼때 불쾌감을 느꼈다.

과도한 규제가 방송의 재미와 자연스러움에 저해가 된다고는 하지만 난무하는 비속어들로 인해 공중파 방송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너무 오락성만 추구하다보니 점점 자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시청자들은 이런 비속어들에 무디어져 간다.

그동안 미수다를 시청하면서 나름대로 생각하고있는 문제가 과도한 유흥문화(술,클럽)에 대한 이야기들과 주제가 너무 가볍고 오락적 이라는 것이다.
미수다가 연예오락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방영초에 있었던 진지함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한국인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비교도 하면서 배우고 깨우치는 참신함이 아쉽다.

이번 남자 대학생들의 출연은 지난주와 달리 좋은 분위기 속에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컨닝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과 컨닝하는 기발한 방법등을 재미로만 이야기하고 이런 행위의 부당성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발언이 없었다는 것 또한 문제라고 본다.

그동안 왈가왈부 말이 많았지만 루저 발언을 한 여학생의 진심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언어 선택의 실수이고 방송에서 조금 더 재미있게 표현을 한다는 생각에 우발적으로 나온 말이라는 느낌이 든다.
노련한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에 발언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수습 못하고 내심 당황한 나머지
오히려 더 강하게 주장하는 모양새를 보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붐처럼 작은 말실수에 "경솔 했습니다." 라는 멘트로 유머러스하게 위기를 넘기는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에 문제가 커진 루저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루저'라는 부정적 의미 때문에 불쾌한 기분을 토로하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지만
그 여학생에 대해 사생활을 파헤치고 그런 정보들을 웹상에 올려서 당사자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히는 개념없는 사람들이 정말 '루저'라고 생각한다.

방송 녹화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허심탄회하게 하되 편집하고 다듬는건 제작자들의 몫이라고 본다.
생방송이 아닌 이상 이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미수다 제작진들과 방송국의 잘못이다.
제작진 전원교체는 쇄신을 위해 나름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비록 루저파문과 빈약한 토론주제 로 빛이 바랬지만 진지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는 어느 회 보다도 좋아 보였다.

미녀들의 수다 홈페이지에 아래와 같은 사과의 글이 뜬다.


<미녀들의 수다> 제작진의 입장 .................................................................................

‘미수다’는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 한국인, 한국 문화에 대한 체험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11월 9일(월) 방송분에서는 외국인 여성과 한국 여대생간의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토론 형식으로 프로그램 녹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표현과 관련해 MC를 비롯해서 출연자, 제작진 모두가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길 의도는 전혀 없었고,
출연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봄으로써 요즘 신세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부분만을 떼어놓고 볼 때, 제작진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부 시청자에게는 오해와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점에 대해서 그분들께 유감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미수다’는 통상 녹화 이전에 모든 출연자들과 이메일 및 전화 인터뷰, 또는 직접 면담을 통해 토론할 주제에 대한
출연자의 의견을 듣고 정리해서 대본화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본은 토론 진행상 참고 자료로 쓰일뿐, 강요되는 것은 아닙니다.

방송후 특정 출연 학생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심지어는 학생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까지 인터넷에 노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게합니다.
특정 학생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미수다’에 출연하여 솔직하게 토론에 참여한 그 누구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향후 ‘미수다’ 제작진은 외국인을 통해서 우리의 자화상을 엿보고 세계인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했던
기획의도를 살리는데 더욱 세심하고 사려깊은 자세로 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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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폐지론도 거세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더 신중하게 다듬어 더욱 좋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