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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김 별세

조니 2010. 8. 12. 20:57

유명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본명 김봉남. 75)씨가 12일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폐렴으로 별세했다.

앙드레 김은 대장암에 폐렴증세가 심각해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건강악화설이 여러 차례 나돌았다.

서울대 병원 측은 앙드레 김이 외부에 병세가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해 왔다.

1935년 경기도 고양에서 태어난 앙드레 김은 국제복장학원 1기로 졸업해 인터내셔널 디자이닝 인스티튜드를 수료했다.

이십 대 후반인 1962년 첫 패션쇼를 연 이후 앙드레 김은 흰색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패션으로 한국 패션계에서 단연 주목을 받았다.

특히 1963년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최은희가 그의 패션쇼에 출연하면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영화배우가 패션쇼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앙드레 김은 자신의 패션쇼에서 유명 배우들을 메인 모델로 내세워 패션쇼를 종합예술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했다.

덕분에 최은희를 시작으로 이후 장미희, 이영애, 김희선, 최지우, 송혜교,김태희, 장동건, 배용준, 이병헌, 원빈, 송승헌, 권상우 등등 앙드레 김 패션쇼에 메인 모델로 서지 않으면 한국의 톱스타라 부를 수 없다는 말이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통용되기도 했다.

또한 앙드레 김은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린 선구자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66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 패션쇼를 연 앙드레 김은 70년대 중반에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도 패션쇼를 열어 국위를 선양하고 민간외교사절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밖에 1996년에는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2006년에는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사원에서 세계 최초로 패션쇼를 개최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지난 1997년에는 패션 디자이너 최초로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200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학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각종 홍보대사와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으며 문화예술 후원에도 남다른 정성을 쏟았다.

한편 1999년 국회 청문회 당시 본의 아니게 김봉남이란 본명을 알렸던 앙드레 김은 특유의 영어가 가미된 화법과 평생 고수한 화장 및 독특한 패션 스타일로 대중문화계에서 패러디 1순위이기도 했다. 최근 휴대전화 업계 CF에서도 앙드레 김의 목소리를 패러디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그 예다. 앙드레 김은 자신의 화법에 대해 영국식 영어가 가미된 화법이라며 개의치 않아 했다.

관심사를 패션 디자인에만 머물지 않았던 앙드레 김은 자신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영향력을 미쳤다. 디자인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앙드레 김` 이름이 붙은 냉장고, 에어컨, 아파트, 신용카드, 침구. 속옷, 어린이 옷 등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앙드레 김을 패션 디자이너이자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인물로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앙드레 김 역시 생전에 이를 싫어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앙드레 김의 젊은 날이 드라마 SBS 인기 드라마였던 `패션 70`의 모티브가 되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앙드레 김은 패션업계 관계자보다는 대중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친분이 더 두터웠다.

평생 미혼으로 살았던 앙드레 김은 1982년 생후 5개월 된 남자아이를 입양해 키웠으며 그의 아들은 1990년대 중반에 자신의 회사인 ‘앙드레 김 아뜨리에’의 디자이너와 결혼, 앙드레 김에게 세 명의 손자를 안겼다. 앙드레 김은 평소 아들과 손자 사랑이 남달랐던 것으로도 유명했다.

앙드레 김의 건강악화설은 지난해 말부터 일부 패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으며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패션쇼에 참석 당시부터 거동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7월 중순 서울시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당시 앙드레 김 측은 폐렴으로 인한 일시적 건강 이상으로 입원했다고 알렸으나 패션계 내부에서는 앙드레 김의 대장암 위독설이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결국 앙드레 김은 입원 이후 한 달여간 폐렴과 대장암으로 투병해 오다 12일 오후 7시25분께 75년간의 `판타스틱하고 우아한 삶`을 마치고 영원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