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목각인형

억 소리나는 만화들

조니 2011. 9. 28. 09:00

 

미국 만화 황금기였던 1930~40년대 작품들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1962년에 마블 코믹스에서 나온 만화책 <스파이더맨(Spider Man)> 초판본이 미국 온라인 경매 사이트 코믹커넥트를 통해 110만 달러에 팔렸다.

스탠 리 글에 스티브 딧코가 그림을 맡은 슈퍼히어로물인 <스파이더맨>은 1962년 8월 책이 나왔을 때 값은 12센트였다. 이 책이 110만 달러라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마흔아홉 해란 세월 값에다 초판본이라는 희귀성이 더해지고 새책과 다름없을 만큼 책 보존상태도 좋아 그렇게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스파이더맨> 초판본이 팔리기에 앞서 1939년에 나온 만화 <배트맨> 초판본은 107만 5천 달러에 팔렸었다. 110만 달러에 팔린 <스파이더맨> 초판본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린 만화책은 제리 시겔 글에 조 슈스터가 그림을 그린 <슈퍼맨> 초판본이다. 1938년에 나온 이 슈퍼맨 초판본은 2010년 150만 달러에 팔렸다.

1938년에 나온 슈퍼맨 초판본은 총 20만 부를 찍어 13만 부가 팔렸다. 현재 전 세계에 남아 있는 초판본은 100부가 채 안된다고 하니 경매에 나올 때마다 가장 높을 가격을 기록하지 않을까 한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만화책은 가격이 얼마나 할까? 1950년대 후반에 나온 한국 첫 SF 흥행작이기도 한 김산호 화백 작품 <라이파이>시리즈로 이 작품 1편 감정가가 1억 원이다. 김종래 화백 50년대 후반 작품 <엄마 찾아 3만 리>와 1961년에 나온 오명천 화백 작품 <싼디만>은 감정가로 1천만 원이고 박기정 화백 작품 <도전자>는 책이 나왔을 때 값은 60원이었지만 지금은 60만 원에 거래가 된다고 한다. 이밖에도 1950~60년대 만화책은 300만 원쯤 나간다고 한다.
 

<다크 나이트 리턴즈> 3편 10쪽 그림

다음은 만화책이 아닌 만화 그림 한 장 가격에 대한 이야기다. 1986년에 나온 프랭크 밀러 작품 <다크 나이트 리턴즈> 3편에서 배트맨과 로빈이 고담 시티 너머로 솟아오르는 만화 원본 한 장 가격은 1억 원이라고 한다. 프랭크 밀러가 그린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다른 슈퍼히어로에 비해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졌던 배트맨을 되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8년 12월 17일 열린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가 그린 곰돌이 푸 삽화 ‘추적하는 푸와 그를 쫓는 피글릿’ 원본이 11만 5250파운드(약 2억 800만원)에 낙찰됐다. 독일에서 전화로 참가한 낙찰자는 푸우 팬인 아내에게 주려고 그림을 샀다고 밝혔다. 또 다른 그림 ‘쿵, 쿵, 쿵-계단 오르기’도 9만 7250파운드(약 1억 7600만원)에 낙찰됐다. 현재까지 곰돌이 푸가 삽화 경매로 벌어들인 돈은 126만 2863파운드(약 22억 8700만원)라고 한다.
 

왼쪽 그림 ‘추적하는 푸와 그를 쫓는 피글릿’ 오른쪽 그림 ‘쿵, 쿵, 쿵-계단 오르기’

영화 ‘타이타닉’에서 남자주인공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은 여자주인공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를 스케치로 그린다. 그 스케치가 1만 6000달러에 팔렸다고 한다. 아무래도 영화 영향 때문이지 싶은데 이 스케치를 그린 사람은 감독인 제임스 캐머런이다.
 

제임스 캐머런이 그린 스케치

·슈퍼맨 원작자는 부자가 되었을까?

슈퍼맨이 처음으로 독자에게 선보인 때인 1938년이지만, 원작자인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가 슈퍼맨을 만들었던 때는 1931년이었다. 그때까지 둘은 수많은 출판사들을 찾아다녔는데 안타깝게도 이 작품을 알아보는 출판사는 없었다.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는 1941년 슈퍼맨 작품으로 각각 7만 5천 달러를 받았지만 1938년 처음 슈퍼맨 판권을 DC에 팔 때 캐릭터 저작권도 넘겨 문제였다. 사업상 관행이었다고는 해도 작가입장에서는 땅을 치는 아쉬움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작가들은 계약문서에 약하다. 더구나 이들이 만든 슈퍼맨은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던 작품이니 더욱 그러하지 않았겠는가.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 백희나 작품 <구름빵>이 그렇다.

둘은 원작자로서 제대로 된 수익을 얻지 못한다고 여겨 슈퍼맨 캐릭터 소유권을 놓고 DC와 소송을 벌이고 1948년 보상금으로 20만 달러를 받지만 슈퍼맨 권리에 대한 대가가 아닌 캐릭터에 대한 인세였다.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는 더는 어떠한 소송도 않는다는 각서를 써야 했고 DC에선 원작자인 두 사람 이름을 책에서 빼버렸다. 이 소송으로 1947년 직장을 잃은 두 사람은 <퍼니맨>이라는 새로운 만화를 만들지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슈퍼맨이 처음 실린 액션 코믹스(Action Comics) 창간호

조 슈스터는 만화 일을 그만두었고 제리 시겔은 소송비용으로 전 재산을 날려 파산에 이른다. 궁지에 몰린 제리 시겔 아내가 DC를 찾아가 슈퍼맨 원작자가 돈이 없어 굶어죽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자 일거리를 얻긴 하지만 특별한 대우도 받지 못하고 그나마 1964년에 쫓겨난다.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는 슈퍼맨 저작권을 되찾으려 1975년 다시 한 번 소송을 걸지만 법정은 DC 손을 들어준다. 부담이 되었는지 DC는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에게 해마다 3만 5천 달러씩 주기로 하고 원작자 이름도 나오게 했다. DC가 베푼 호의로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로 벌어들인 엄청난 돈에 비하면 푼돈 수준이었다.

1992년 일흔여덟 번째 생일을 앞두고 처음 슈퍼맨 그림을 그렸던 조 슈스터는 세상을 떠났고 제리 시겔 역시 199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여든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메리칸 코믹스 두 맞수인 DC와 마블

올해로 76주년을 맞이한 DC 코믹스(DC Comics)는 1934년 DC 전신이 된 <뉴 펀> 발간과 함께 DC 코믹스 역사가 열렸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을 만들어낸 DC는 원래 탐정만화를 나타내는 Detective Comics가 이니셜이었는데 팬들이 DC 코믹스라 부르다 보니 회사이름도 바뀌게 된 경우이다.

DC 코믹스와 함께 북미에서 가장 큰 만화책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는 1939년 타임리 코믹스로 설립되어 1950년대 아틀라스 코믹스를 거쳐서, 1960년대 초에 들어 스탠 리, 잭 커비, 스티브 딧코가 제작한 판타스틱 포에서 현재 상호를 썼다. 마블 코믹스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에는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X-MAN… 우리 귀에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2009년 9월 1일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서 40억 달러에 인수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자회사인 마블 엔터테인먼트 출판 부분에 속해있다.
 

DC 코믹스에 나온 주인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