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잠바의 지퍼를 올리며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하루를 시작하는 버스기사 아저씨가 있었다.
늦게 일어나 회사에 지각 할까 허겁지겁 오르는 뚱뚱한 손님을 마지막으로 태우고 버스는 출발했다.
새하얀 눈이 아름답게 버스 지붕을 스쳐지나고 승객들은 새하얀 세상을 가슴에 담으며 차창 밖을 보면서 시골의 좁은 도로를 평소와 같이 달리고 있었다.
오르막길을 넘어 비탈진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중에 횡단보도를 보고 속도를 늦추기 위해 살며시 브래이크를 밟았다.
그런데 버스는 점점더 가속이 되고 멈출수가 없었다. 브레이크 고장이었다.
먼발치 횡단보도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유치원생 꼬마가 자기보다 큰 가방을 메고 유치원에서 배운것처럼 한쪽손을 번쩍 들고 길을 건너가고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승객들은 빨리 핸들을 틀라고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버스 핸들을 틀면 버스가 비탈진 언덕으로 넘어져 버스 안에 많은 승객들이 죽거나 다치게 될 상황이었다.
운전 기사는 순간적으로 꺾던 핸들을 다시 되돌리고 정면으로 돌진했다.
"아악!"
"이를 어째... 꼬마가 차에 치였어!"
"야이 운전수 양반아..지금 제 정신이야! 핸들을 틀어야지 뻔히 꼬마가 치일걸 알면서 그대로 직진해?!"
"자기가 안 다칠려고 어린애를 치어 버리는 저런 나쁜놈이....!"
차안에 모든 승객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버스기사에게 욕을 해댔다.
몇몇 흥분한 승객들은 운전기사의 멱살을 잡고 당장이라도 칠 기세였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던 운전기사는 버스에서 내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꼬마를 안으며
울부짖었다."미안해...아들..너무 미안해...우리 아들...!"
생활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