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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찜통 더위속 시원한 별미 콩국수

어떤 음식이라도 자주 만들다 보면 그 요리 전문가가 된다. 콩국수는 내가 가장 잘 만드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데 그건 바로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진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고생하셨다. 병원에 다니시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지쳐갔고 처음엔 잘 걷던 분이 걷지 않으려고 해 병원까지 가는 것도 일이었다. 그럴 땐 특별한 방법이 있었다.

 병원까지 걸어가시면 이따가 얼음을 동동 띄운 콩국수 해 드릴게요.

 그럼 헛둘헛둘 하시며 걸어가실 만큼 콩국수를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아버진 시원한 콩국수 생각에 치료도 즐겁게 받지 않았을까.

국물이 끝내줘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마음을 가라앉히는데도 좋다고 하는데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다고 한다. 콩은 단백질이 풍부한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피로회복을 돕고 동맥경화 및 노화를 방지할 뿐 아니라 사포닌 성분 때문에 다이어트 음식으로 좋다. 또 콩물에 남아 있는 식이섬유는 혈관을 깨끗이 해주고 변비도 예방한다. 그래서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하는가 보다.

 ‘음식 최상의 조미료는 굶는 것이며, 음료의 그것은 갈증이다.’ 대웅변가 M.T. 키케로가 한 말인데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그렇지만 너무 기다리게 해서 먹게 하면 그건 음식이 아니라 배고픔을 먹게 된다.

 콩국수 만들 재료로는 노란 콩, 쫄면, 오이 그리고 간을 할 소금이면 된다. 그런 만큼 만들기도 쉽다.

콩을 물에 불린다

 콩을 씻어 물에 반나절쯤 불린다. 콩을 갈 물은 미리 끓여서 냉장고에 넣어 두는데, 끓인 물로 얼음을 만들면 얼음이 맑고 깨끗하다. 콩을 다 불렸으면 냄비에 물을 적당량 붓고 삶는다. 보통 집에서 만들면 맛이 이상하다고 하는데 그건 껍질 때문이다. 이 껍질에서 비릿한 맛이 나는 거니까 꼭 없애야 한다.

 삶은 콩 껍질을 다 없앴다면 믹서기에 넣고 물을 넣은 뒤 곱게 갈아준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한 다음 또 체에 받쳐 조금 남아 있는 건더기까지 걸러내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그대로 먹으면 씹히는 맛도 있고 더 고소하다. 냉장고에 넣어 뒀던 물을 적당히 섞어 다시 냉장고에 넣어 둔다. 소금은 먹을 때 넣어야 한다.

 다음 국수를 삶는다. 보통 쓰는 가는 면(소면)이 아닌 중간 굵기 면(중면)이다. 물론 나이 드신 어른께 대접할 땐 그냥 가는 면이 좋다. 국수를 삶을 때 끓으면 찬물을 반 컵 넣어주는데 이러면 국수가 더 찰지고 쫄깃해진다. 국수가 다 삶아졌으면 찬물에 여러 번 헹군다. 그런 다음 그릇에 담고 아까 만들어놓은 콩국을 붓는다. 여기에 투명한 얼음과 채를 썬 오이를 고명으로 얹고 각자 입맛에 맞게 소금으로 간을 하면 된다. 달콤한 맛을 좋아한다면 설탕을 조금 넣어도 좋다.

 콩국수에 토마토나 삶은 달걀을 넣기도 하는데, 고명이 많으면 제 맛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어떤 음식점은 콩국수에 깨를 잔뜩 뿌려 콩국수인지 깨국수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또 어떤 곳은 두부와 우유로 콩국수 맛을 낸다고 하던데, 그렇게 해서 맛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성으로 담은 맛은 나타낼 수 없다.

 아, 콩국수를 만들고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